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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연구요원 3주 훈련소 후기 (feat. COVID-19)

seewoo5 2021. 3. 12. 22:03

22.03.17) 제가 훈련소를 다녀온지 거의 1년이 지났는데, 아직도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이 글을 읽고 있는 것 같습니다. 샤워실을 처음 3일동안 못쓴다던지 하는건 제가 다녀온 뒤로 바뀌었다고 들었고 그 이외에도 코로나 관련 훈련소 정책들이 많이 달라진 것으로 들었는데, 수정하거나 업데이트할만한 내용이 있으시다면 덧글로 남겨주세요. 반영하겠습니다.


저는 모 스타트업에서 전문연구요원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계속 논문쓰고 일하느라 바빠서 훈련소를 미루다가 더이상 미룰 수 없기에 2/18~3/11에 다녀오게 되었는데 3주로 줄어든 전문연구요원 훈련소와 코로나 시대에서 어떻게 달라졌는지에 대해서 간략하게 요약하고자 합니다. 이 포스팅은 제 개인 일기를 바탕으로 하고 있습니다. 

준비물

저는 대부분의 준비물을 여기에서 보고 갔는데, 이 외에 특별히 더 있다면 좋을 것들과 특히 강조할것들(저는 안가져가서 불편했던것들)을 몇가지 이야기하겠습니다.

 

- 귀마개(이어플러그): 본인은 시끄러운 곳에서도 잠을 잘 자는 편이니까 괜찮을까요? 방심하지 마십시오. 세상에는 항상 상상을 뛰어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혹 까먹었다고 해도 여러개를 가져오는 사람들이 있을테니 그분들께 얻도록 합시다.

 

- 지퍼백: 남은음식(특히 맛다시)을 보관하기 용이합니다.

 

- 스도쿠책: 보통 (재밌는) 소설책을 가져가라고 많이 추천을 하고 그게 맞긴 한데, 책을 다 읽거나 혹은 질리는 경우 스도쿠가 매우 용이합니다. 가져가면 은근 하나씩 달라고 하는 사람들을 많이 볼 수 있습니다. 참고로 공부도 잘 되는 환경이니 전공책이나 논문을 가져가도 좋습니다.

 

- 튼튼한 가방 혹은 커다란 캐리어: 가방은 클수록 좋고 캐리어가 작다면 이마트 쇼핑백같은 튼튼한 가방을 하나 더 들고가면 좋습니다. 만약 없다면 PX에서 하나 살 수 있습니다. 나중에 훈련복 + 전투화를 포함해서 가져올 짐이 많습니다.

 

- 전화번호(들): 주변 사람들의 번호를 많이 적어갑시다. 저는 친구 딱 한명만 적어가고 친구를 통해서 다른 사람들 전화번호를 인터넷 편지로 얻을 예정이었는데 그 친구가 국방부 번호를 차단해놓는 바람에 부모님이랑만 통화했습니다. 혹 편지를 보낼 예정이라면 주소도 적어갑시다. 저는 적어간 주소가 없었기에 본가에만 보낼 수 있었습니다. (전화때문에 큰 의미는 없었지만...)

코로나 시대의 훈련소

당연하게도 전국 각지에서 사람들이 모여서 한 방에서 갑자기 15명정도가 생활하게 되면 코로나 위험을 무시할 수 없게 됩니다. 현재 훈련소의 방역 수준은 대한민국 최고수준이며 이는 훈련소 첫 일주일이 얼마나 불편한지를 몸소 느낌으로써 알 수 있습니다.

 

먼저 목요일에 훈련소(논산)를 입소하게 되면 바로 다음날인 금요일 아침 코로나 1차 검사를 시행합니다. 결과가 나오는 데에는 하루정도 걸리는데 전원 음성이 나오기 전에는 씻을 수 없습니다. 말 그대로 정말 세면장을 이용할 수 없습니다. 양치는 자일리톨로(...) 대체합니다. 그렇다면 화장실이나 식사는 어떻게 할까요? 훈련소의 꽃(?)이라는 종교행사는?

 

- 화장실은 분대별로 한번에 이동합니다. (참고로 큰 단위부터 작은 단위까지 연대-중대-소대-분대의 이름을 가지고 있고 전문연의 경우 한 분대에는 대략 15명이, 한 소대에는 대략 3개의 분대가 있었고 한 소대 전체가 전문연이었던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래서 제 턴에 가지 못하면 다음 턴이 올때까지 기다려야 하기 때문에 왠만하면 갈 수 있을때 가는 것을 추천합니다. 가기 전/후에는 반드시 손소독제를 이용해야 하며, 화장실 칸도 분대별로 쓰는게 정해져 있기 때문에 분대 내에서도 한번에 2~3명까지만 사용할 수 있습니다. 밤에 화장실을 가거나 혹은 이용시간이 아닐때 가기 위해서는 먼저 생활관 문 앞에 있는 경광봉을 켜서 알려야 합니다.

 

- 식사는 첫 1주는 식당을 이용하지 못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밥은 생활관에서 먹고, 밥이 생활관으로 배달되어서 분대장님/소대장님이 직접 배식을 해주십니다. 식판/숟가락/식판비닐/비닐장갑이 개인별로 미리 구비되어있으며 처음에는 계속 안에서 밥을 먹는게 너무 답답하다고 느끼게 됩니다. (물론 1주일만 지나면 생각이 바뀌고 배식 소대가 된다면 과거를 매우 그리워하게 됩니다. 분대장님들과 소대장님께 감사의 인사를...)

 

- 종교행사 역시 비대면입니다. 먼저 종교를 조사한 뒤 생활관에서 종이(기독교의 경우 기도문, 찬송가, 예배순서 등이 적힌 팜플렛 같은것)를 나눠줍니다. 이때 간식도 주는데, 무교라고 이야기하면 간식이 없습니다. 왜냐하면 종교에서 제공하는 간식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간식은 초코파이 + 탄산음료) 그렇기 때문에 종교가 없어도 있다고 해야 간식을 받을 수 있습니다.

 

1차 결과가 나오면 드디어 씻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역시 분대별로 사용하며 화장실/식사도 동일합니다. 2차 검사는 6일 뒤인 둘째주 목요일에 실시하는데, 그 전까지는 야외 훈련을 할 수 없습니다. 그럼 뭘 하나요? 훈련 관련 동영상 시청과 정신정훈교육을 합니다. 동영상은 티비가 생활관 문앞으로 배달되어서 그걸 통해서 보고, 정신정훈교육은 교육하시는 분이 생활관에 오셔서 나누어준 책을 바탕으로 마이크로 진행하십니다. 정신정훈교육은 시험도 보는데, 거의 문제를 알려주기 때문에 무난하게 통과할 수 있습니다. 2차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너무 지루하고 재미없고 차라리 훈련이라도 하고 싶겠지만, 그 때를 즐기세요. 가장 행복한 시간입니다.

 

그리고 어쩌면 당연할 수 있지만, 마스크는 24시간 쓰고 있어야 합니다. (잘때 벗겨지긴 하지만... 그래도 열심히 씁시다.) 1차 결과가 나오기 전에는 모든 분대장/소대장 분들이 방호복을 입고 계신데, 그들의 노고에 박수를 보내줍시다...짝짝짝

훈련

코로나 시대의 3주 훈련은 사실상 2주 훈련입니다. 앞에서 말했듯이 2차 검사가 전원 음성이 나오기 전에는 밖에 나가서 단체로 훈련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 화생방: 보통 얘기하는 눈맵고 콜록콜록하는 화생방은 안합니다. 기관지를 통해 전염되는 코로나 시대에 그런걸 하는건 너무 위험하겠죠? 마스크만 빠르게 착용하는 법을 배우고 평가를 합니다. 저는 이게 너무 어려웠습니다. 

 

- 제식: 경례, 발맞춰 걷기 등 군대의 칼같은 그 모습들을 배웁니다. 어렵지 않지만 평소에 경례를 하는건 굉장히 어색하고 실제로 저는 지나다니면서 거의 안한 것 같습니다. 그래도 모범적인 훈련병이라면 하는게 좋긴 하겠죠? 개인적으로 총기제식은 재밌었습니다.

 

- 수류탄: 연습용 수류탄만 사용하고, 석고로 되어있으며 바로 옆에서 폭발해도 다치지 않는, 그런 수류탄입니다. 25미터 떨어져있는 웅덩이(?) 안에 넣으면 되는데, 팔힘이 없다면 아무리 45도로 던져도 어렵습니다. 사실 수류탄 자체보다는 훈련장까지 가는게(편도 4km정도) 더 힘들었습니다.

 

- 사격: 영점사격(25m)만 합니다. 탄알이 탄착군을 형성하면 되는데, 쉽게 말해서 쏜 N발의 총알이 맞춘 점들의 diameter가 어느 정도 threshold안에 들어오면 됩니다. 총 9발을 나눠서 쏘는데, 이번 기수에서는 실험을 위해서 3/3/3발, 3/6발, 4/5발의 세 그룹으로 나누어서 진행했고 저는 4/5발에 속해있었습니다. 즉 N=4, 5인 두 phase가 있었고 둘 중 적어도 한 phase에서 탄착군을 형성하면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당연히 3/6발이 가장 불리한데, 각 그룹별 합격률을 알아보기 위한 실험이라고 합니다. 전 첫 4발에서 탄착군을 만들었고, 그 뒤 영점조정(탄착군이 특정 방향으로 쏠려있다면 이를 조정해서 중간에 오도록 합니다)을 하고 난 뒤의 5발은 개판이었습니다. 가장 중요한건 호흡이라고 생각됩니다. 사격은 매우 재미있지만 역시나 훈련장까지 가는게 힘들었습니다.

 

- 행군+각개: 행군은 행군이고 각개는 각개인데, 행군 + 각개는 뭘까요? 제가 알기로는 이번에 처음 진행한 방식이었는데, 각개 훈련장까지 군장을 메고 이동하고, 각개훈련장에서는 각개훈련을 받는, 말 그대로 두가지를 같이 합니다. 말만 들으면 난이도가 극악으로 보이고 이걸 더군다나 늙고 병든 전문연들에게 시킨다는게 말이 안된다고 할 수 있지만, 오히려 이게 더 낫습니다. 원래 행군이란 매우매우 무겁고 큰 가방을 메고 20km정도를 걷는 일인데, 각개훈련장까지의 거리는 3km이기 때문에 훨씬 짧습니다. 이렇게 된 이유는 원래는 마지막주에 따로 하려고 계획되어 있었지만 이미 수류탄/사격때 많이 걸었고(?) 뭔가 일정이 바쁠 것 같아서(??) 이렇게 바뀌었다고 합니다. 어쨌든 좋아진겁니다. 무야호~ 참고로 이전 기수에서는 행군 때 같은길을 계속 뱅뱅 돌았다고 합니다. 

 

행군은 말 그대로 걷는것이고 별다른 설명은 없습니다. 군장이라고 불리우는 그 큰 가방을 메면 자연스럽게 허리가 펴지고 자세가 좋아집니다. 안에 내용물을 매뉴얼대로 다 채우는 사람은 거의 없고 적당히 줄여서 가도록 합시다. 가방 자체도 무겁습니다. (최소한 야전삽은 빼시기를)

 

각개는 전투훈련인데, 포복, 사격, 수류탄 피하기, 화생방등이 결합된, 종합 전투 체험이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이건 각개 종합이고, 각개 기본(?)에서는 일단 포복만 배웁니다. 팔보호대, 무릎보호대를 챙겨가라는 이유가 각개때문인데, 없다면 손톱깎기와 남는 군양말 하나로 만들 수 있습니다. 꽤 성능이 좋습니다.

 

- 체력단련: 체력단련이라기보다는 사실 체력 측정입니다. 팔굽혀펴기 + 윗몸일으키기 + 달리기를 측정하고, 종합 1등을 하면 나중에 상장도 줍니다. 저는 달리기를 매우 못해서 거의 뒤쪽에서 뛰었는데, 맨 뒤에 소대장님이 따라와서 너무 무서웠습니다.

 

식사

밥은 그렇게 맛없지 않습니다. 저는 몇몇 메뉴를 제외하고는 굉장히 만족했는데, 그중에 제일이었던건 닭곰탕이었습니다. 흔히 군데리아라고 부르는 햄버거는 직접 조립을 해야 하는데 그냥 먹어도 괜찮고 특히 샐러드는 자꾸 삐져나오기만 합니다. 전투식량도 한 5번정도 나왔는데, 나쁘지 않은 편이었지만 메뉴가 하나뿐이었어서(청춘전투-쇠고기고추장비빔밥) 질리긴 했습니다. 그리고 부식(간식)이 꽤 자주 나오는데, 마카롱이 특히 맛있었고 만약 맛다시(고추장같은 양념인데 밥에 비벼먹습니다)가 나온다면 정말 필요할 때 사용하도록 합시다. PX에서도 판매합니다. 소고기장조림(?)과 우유가 매우 자주 나옵니다.

 

식당에는 짬타이거라고 불리우는 치즈냥이가 있는데, 존나 귀엽습니다. 만질 수 있는 기회가 많지는 않지만 배식을 하게 된다면 좀 더 자주 볼 수도 있으니 그 순간을 마음껏 즐기시길 바랍니다. 짠건 고양이한테 안좋으니 뭘 주워먹으려 하면 말리도록 합시다.

편지

주변에 훈련소를 간 사람이 있다면 인터넷 편지를 꼭 써줍시다. 유일한 사회와의 소통의 창구이자 쓸모없는 내용이라도 편지가 왔다는 사실 자체로도 도움이 됩니다. 저는 그동안 주변 사람들에게 편지를 거의 안보냈었는데 이번 훈련소를 계기로 꼭 보내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이미 주변에는 거의 다 다녀온 사람들이 대부분이지만...) 종이로 받아도 되지만 오는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특별한게 아니라면 인터넷 편지가 좋습니다.

PX

원래는 훈련소에서는 PX를 안보내주지만, 전문연/보충역은 보내줍니다. (아마 이후에 갈 기회가 없기 때문이겠죠...) 최소 2번을 가고 전문연들은 현역들에 비해서 money가 많기 때문에 PX의 훌륭한 자본력이 됩니다. 추천하는 물건은 화장품인데, 찾아보면 뭘 사야하는지 금방 알 수 있습니다. 보통 Dr. G에서 나오는 달팽이 크림을 많이 추천하는데 이게 종류가 많으니 잘 보고 갑시다. 그리고 과자는 너무 욕심부리지 않는게 좋습니다. 나중에 해치우는것도 일입니다... 물론 맛있게 다 먹습니다.

하면 안되는 것들

- 분대장/소대장/중대장 훈련병, 의무담당, 보급담당: 하지마세요, 본인이 안해도 누군가는 합니다. 물론 그 누군가가 당신이 될 수 있습니다. 이들을 자치근무자라고 부르는데, 나중에 포상을 줍니다. 그 포상은 전화인데, 수료 3~4일전에 자치근무자 포상용 전화를 시켜줍니다. 이때의 전화는 거의 의미가 없습니다.

 

- 배식: 하지마세요, 특히 설거지가 제일 힘들지만 안힘든건 없습니다. 물론 자의로 선택할 수 있을때의 이야기이고 본인이 배식 소대에 포함된다면... 화이팅...

 

- 화장실청소: 하지마세요, 전 안해봐서 얼마나 힘든지는 모르지만 듣기로는... 그들이 가엽게 느껴진다면 가급적 휴지는 변기에 버립시다.

그 외

- 마스크를 3주 내내 쓴다는건 정말 고역이고 실제로 귀가 쓸려서 딱지가 앉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휴지를 끼우거나 마스크 끈을 다양한 방법으로 개조할 수 있는데, 이건 본인이 창의적으로 해보는걸 추천합니다. 어제의 마스크에서 나온 끈 두개와 오늘의 마스크를 결합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참고로 화생방 전에 면마스크를 제공하는데 이건 훈련때 쓰라고 할 때 이외에는 쓸 수 없습니다. (원칙적으로는... 대신 잘때 면마스크 끼고 자면 훨씬 낫습니다.)

 

- 본인이 운동을 안하는 편이라면 생활관 내에 운동을 원래 하던 사람이 한명씩은 있으니 그분께 배워서 하면 좋습니다. 아무래도 훈련이 짧고 첫주에는 나가지도 않기 때문에 몸무게가 오히려 늘어서 나올 수 있는 위험이 있습니다.